글쓴이 | 언니네
 가요계의 행복한 선물 - 메트로 2008/08/26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인 1990년대를 이야기할 때 소위 홍대 앞 인디 밴드들의 탄생이라는 작지만 영양가 높은 사건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나고 이제 더 이상 ‘인디’라는 꼬리표로 평가할 수 없는 그 시절의 밴드 중 가장 독특한 이름을 가졌고 가장 명징한 서정성을 지닌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 4년 만에 신보를 발표했다. 1996년 발표한 첫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 이후로 발표하는 음반마다 주목을 받았고, 또한 가장 상업적 가능성이 큰 홍대앞 인디 밴드로 손꼽혀온 그들의 이번 음반은 대중음악 시장은 붕괴됐지만 대중의 수준은 하늘 높이 오른 21세기에 던져진 문제작이다.
음반의 첫 트랙부터 끝까지 들어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컨셉트 앨범’은 1970년대 킹 크림슨이나 핑크 플로이드 등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것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언니네 이발관은 21세기의 청자들에게 한 편의 소설이나 수필집과 같은 느낌의 컨셉트 앨범을 선사한다.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음반의 제목이 이미 많은 대중과 소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 다가온다.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신분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가사, 보컬리스트 이석원 특유의 힘을 빼고 있지만 심지가 굳게 들리는 멜로디 라인, 거기에 이능룡의 찰랑거리며 때로 달리고 때로 걷는 기타와 얌전한 듯 하지만 리듬감 강한 전대정의 드럼이 어우러지는 이 밴드의 사운드는 한국 모던록 장르의 모범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언니네 이발관이 지니고 있는 가장 절묘한 부분은 우울하면서도 맑고, 어두우면서도 상큼한 양면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모션 트랙 ‘아름다운 것’은 리듬감이 강해진 언니네 이발관의 변신과 이석원의 전형적인 속삭이며 반짝거리는 보컬이 함께하고 있는 곡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 앞에서 모든 신경을 감상에만 맡길 수 있는 음악을 찾기 쉽지 않은 이 시대에 3년이나 준비해 발표한 그들의 음반은 좋은 선물일 수밖에 없다.

/조원희·대중음악 칼럼니스트(owen.jo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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