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언니네
 엘르 리뷰 2008/08/26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이 앨범은 괴물이다. 자극적 사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대한 구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갈하고 단아하며 때로는 미니멀한 열 곡의 노래가 적재적소에 놓여있을 뿐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숨도 듣는 이에게 잡념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직 이 앨범과의 대화에만 몰두하게 한다. 독백같은 대화 말이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그렇지 이런 게 바로 앨범이었어.'' 이렇듯 실로 오랜만에 앨범이란 매체의 미적 가치를 깨닫게 하는 <가장 보통의 존재>는 ‘언니네 이발관’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4년의 공백을 깨는 작품임과 동시에 밴드의 세 번째 시즌을 알리는 봉화이기도 하다. 데뷔한 지 12년, 어딘지 비뚤어졌지만 예민하기 이를 데 없는 소년의 음악은 현실에 적응하는 단계를 거쳐 자신과 마주한다. 이석원은 ‘이번 앨범이 자신이 뮤지션임을 자각하고 만든 첫 앨범’이라 말했다. 그의 자각은 언니네 이발관을 좋은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밴드에서 문제적 앨범을 만드는 밴드로 진화시켰다. 모던 록의 전형처럼 여겨졌던 8비트 기타 팝의 페이지를 닫으면,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다. 작곡의 방법론이 아닌 정서의 그것이 끌고 가는 페이지가. 모던 록의 첫 역사를 썼던 언니네이발관은 이제, 다시 또 하나의 역사를 쓰려 하고 있다. 앨범이 사라진 시대, 그 황량한 디지털의 벌판에 노스탤지어의 연기를 피어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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