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1일    

"아뇨. 좀더 부연하면, 그것은 과정과 방식의 문제였어요. 즉, 하나의 곡을
결과로 놓고 봤을때 좋은 리프에, 좋은 멜로디가 합쳐진것이 뭐가
문제겠어요. 물리고 화학이고 곡만 좋으면 되는거죠. 태양없이가 결국
4집의 베스트였던것처럼. 그럼에도 우린 좀 더 유기적인 작업을 원했어요.
왜냐. 과정을 바꾸면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누군가 아랫도리 쫙 만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윗도리 쭉 입히고 다듬은 후 끝. 이게 아니라 아주 작은 도막이 나왔을때부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쌓아올리다 결국 섞여버리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번곡들을 보면, 5번곡이 나올때까지 아마도 기타 솔로가 거의 없어요. 처음에 작업에 들어갈때 했던 얘기중 하나도 그거였는데, 왜 이발관의 곡엔 항상 솔로가 있어야하지? 하는 의문들, 그러니까 노래멜로디가 쉬는동안 기타도 표나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말고 좀 더 하이하게 곡 자체에 스며들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갈증과 욕구같은 것들을 해결하고 싶었던거죠.

솔로에 대해 말한다면
이발관의 기타리스트에게는 늘 간주와 엔딩에서 라인으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어떤 압박이 있어왔죠. 그래서
곡의 구성면에서도 항상 간주와 엔딩에서는 리드기타가 솔로를 하는
곡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것은 구성면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선택했던
카드였는데 보컬이, 보컬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멜로디를 보여주고나면
그 간극(간주)과 엔딩에서 기타도 계속 멜로디적인 만족을 줘야 한다는 그런
노림수였죠. 물론, 그것이 나쁜것은 아닙니다. 아주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형태의 구성이니까요. 1절. 솔로. 2절 그리고 엔딩솔로. 뭐 문제 있나요?
더구나, 보편적인 것은 싫다, 특이한 구성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그럼 뭐가 문제였나. 우리가 새로운 앨범의
작업에 들어갈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것이 바로 지난 앨범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모든 앨범이 그래왔죠. 저번에 이런거 많이 해봤으니까 이번엔 다른거 하자 라던가, 지난번에 이런게 실패였다 이번엔 그렇게 하지 말자 라던가 그런것들이 새앨범을 설계하는데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해오던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된거죠.

'왜 이발관의 곡엔 무조건 솔로가 들어가야 하지?'

지금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번곡.. 곡 전체를 통틀어 솔로가 아예 없
어요. 2번곡 악마.. 도 그렇고, 간주 타이밍이 있긴 한데 솔로라기
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아르페지오로 뒀구요, 엔딩에서도 보컬이
앞다이에 해주고 나면 기타가 자 이제 내 차례냐? 하면서
늘 하던대로 나서는게 아니라 계속 밑에서 옆에서 돌아다녀요.
나올때가 됐는데.. 됐는데.. 기다려도 안나오죠.
대신 보컬이 계속 가요. 이만하면 쉴때가 됐지 싶어도 안셔요.
결국 이번 앨범에서 보컬분량이 한 두배는 늘어났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이런것들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하면
표나게 굵은 하나의 트랙으로 다 해결을 보려고 하지 말고
들리지 않는 여러개의 라인을 쌓아서 리듬을 충만하게 하고
코드적으로, 어레인지 적으로 더 견고한 역할을 하자,
그러니까 기타리스트가 기타라는 협의적인 영역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곡이라는 전체에 관여하자. 결국 중요한건 곡 자체니까.
했던거죠. 다시말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기타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생각들 - 이발관에서 기타는 반주자가 아니다. 이발관
의 음악에서 기타는 노래와 똑같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 - 라는
이러한 규정들이, 사실은 관습을 깨기 위한 또 하나의 관습이
되지 않았나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능룡이는 단지
좋은 기타부분을 만들어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괜찮은 곡을
써내게되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진짜 곡의 모든 부분 부분들을 만들어 간다 라는 개념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나서기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공간의
세공에 더욱 정성을 들였던 것이죠. 그랬더니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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